TV,영화,애니

나쁜 녀석들, 실망감과 교차하는 기대감

쭈니루 2014. 10. 15. 06:50
반응형

 나쁜 녀석들 실망감과 교차하는 기대감 


1화와 2화에 대한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시기를 원하시는 분은... 2화까지 시청하신 후, 다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CJ E&M에 있습니다.

 

OCN에서 방영이 시작된 '나쁜 녀석들'2화분까지 방영되었습니다.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이 갈만한 드라마죠. 저 역시 광고만으로도 '~ 왠지 잼 있겠다~' 했었습니다.

서울을 45일만에 접수한 조폭조직의 핵심 주먹, 한 번도 증거를 남기지 않는 완벽한 살인청부 업자, 최연소 멘사 가입을 기록한 최연소 연쇄살인범.... 이렇게 막강한 전력으로 이루어진 '나쁜 녀석들'을 가지고 '나쁜 놈들'을 잡는다는 소재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남자라면 한 번쯤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는지, 1화를 거쳐 2화가 방영되면서, 약간은 기대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저는, '나쁜 녀석들'이 더 나쁜 놈들을 어찌 잡을까도 궁금했었지만, 이렇게 강력한 '미친개'들을 김상중님이 연기하는 '오구탁'이라는 형사가 어떻게 통제하는 지가 더 기대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뭔가... 아무 것도 없이... 통제가 되어버리더군요. 서울 최고... 아니, 그 정도 설정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주먹, 교도소에서도 거리낌 없이 교도관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박웅철(마동석 분), 아예 증거도 흔적도 없어, 얼마만큼의 살인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분), 아무리 감형이라는 달콤한 당근이 준비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오구탁과 성당에서 첫 대면에서, '짖지 말고 물어, 안 그럼 죽어.'라는 대사 한 마디에 통제 완료가 되더군요. 이 대목에서 '나쁜 녀석들' 이라는 제목이 조금 무색해졌다는....

이 정도는, 우리가 그 전에서 봐왔던, 논리적인 경찰과 행동파 경찰이 파트너가 되어 툭탁거리는 것 보다 더 쉽게 팀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하다못해 오구탁 반장이 나머지 인물이 빼도박도 못하는 비밀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면 (물론, 그 비밀 자체를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차라리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1화에서는 각자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팀을 짜는 과정을 그리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서의 알력 싸움은 전체적 진행의 스피드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간소화 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2화 부터를 기대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2화에서 이미, 이 등장인물들이 '나쁜 녀석들'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2화에서 벌써 정태수의 개인사를 풀어내 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돈을 위해 살인청부업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복선 뿐만 아니라, 범인, 아니 용의자로 지목되지도 않았음에도 자수를 하게 된 뒷 배경이 '여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여자'를 위해 오구탁의 멱살 잡이를 하는 모습에서, 이미 '나쁜 녀석'이 아님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1화에서 이미 최연소 연쇄살인범인 이정문(박해진 분)이 연쇄살인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깔아주고 있었습니다. 스스로가 살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부터, 오구탁이 총을 쏜 시점에 여자를 몸으로 감싸주는 모습... 그리고 2화에서 박웅철이 살인범에게 다쳤을 때, 범인을 쫓기보다는 박웅철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정문이 살인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복선을 충분히 깔아두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국 최고의 조폭, 박웅철의 캐릭터가 이미 극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또한, 제대로 된 자신의 부하가 아니라 수사를 위해 잠시 이용했던 깡패를, 오구탁 반장이 이용했다는 이유로 한 방 먹이는 모습에서, 최소한의 '의리'는 지킬 줄 아는, 역시나 완전히 '나쁜 녀석'만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드라마가, 2화 만에 '나쁜 놈 잡는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는... 녀석들'로 변경되었습니다. 조만간 '나쁜 놈 잡는 나쁘지 않은 녀석들'로 바뀔테구요. 결국은 '나쁜 놈 잡는 좋은 녀석들'로 변경 되겠죠.

 

물론, 한국의 드라마 정서상, 이렇게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나쁜 녀석들'이 오구탁 반장과 협업을 하는 과정도 너무 평탄하고, 그들 사이에 부딪힘도 없이, 오히려 팀웍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벌써 만들어지고 있으며, 각자의 숨겨진... 아마도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했던? 누명을 썼던?...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에 대한 통제가 조금은 더 어렵거나, 좀 더 악랄했으면, 또는 조금 더 긴박감 넘치는 모양, , 서로 언제 터질 지 모를 화약고 같은 상황. 그들의 힘을 모아가는 오구탁 반장의 모습이 그려졌다면, 다른 드라마와 좀 더 차별을 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지 더하자면, 이 들이 나쁜 놈들을 잡는 방법도 좀 더 각자의 특성에 맞게 디테일 해질 필요도 있을 듯 합니다. 아직, 이들이 수사를 하는 방식이 너무 '싸움 실력'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싸움 실력'으로 수사를 하는 방식은 박웅철의 캐릭터만으로 풀어가도 충분할 듯 합니다. 아직정태수 '기술', 이정문의 '두뇌'가 발휘되는 장면은 특별히 나타나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살인의 기술'에 대한 정태수 캐릭터가 '기술'이라는 부분에 특징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박웅철과의 캐릭터에서의 차별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2화 마지막에 범인이 죽이지 않은 한 명의 희생자의 대한 얘기를 이정문이 먼저 알아챘으면 좀 더 캐릭터 설정에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마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챙겨볼 듯 합니다. 비록 제가 조금 실망했던 - 물론 이것은 저 개인의 기대였고, 극을 풀어가는 것은 작가님과 PD님이 풀어가는 것입니다. - 부분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극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각 캐릭터에 배정된 배우들의 캐스팅이 너무나 잘 되어진 것 같습니다.

김상중씨는 이전부터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매우 높은 배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전의 배역들도 잘 어울렸지만, 개인적으로, 조금은 어둡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제가 기대했던 완벽한 연기를 해 주고 계십니다. 또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 마동석씨 또한 더 이상 잘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의 배역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은 어수룩하면서도, 주먹으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그 외모와 완벽히 부합되지요. 박해진씨 역시 그 뭔가 슬프면서도 감정이 없는 눈빛과 표정 연기가, 이전에 보아왔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극을 끌어가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조동혁씨 '감격시대'에서도 너무 멋졌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또한, 스토리 역시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나 제가 관전 포인트로 생각하는 부분은...

아마도 오구탁 반장은 이정문을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듯 합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제가 보기엔 이정문은 연쇄살인범이 아닐 가능성이 있어, 이 둘 사이에 어떠한 형식의 갈등을 발생시켜 극을 이끌어 갈까?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정태수의 숨은 이야기도 기대가 되구요.

또한, 경찰청장(강신일 분)이 과연 끝까지 오구탁 반장을 밀어줄 지도 관심 가는 부분입니다. (강신일씨는 전작 추적자 The Chaser 에서도 주인공 뒤통수를 때린 전과(? ^^;;)가 있죠.)

마지막으로, 제 추측대로라면, '나쁜 놈 잡는 좋은 녀석들'로 변하는 스토리 중 박웅철을 어떻게 풀어갈 지입니다. 사실, 살인청부업자 나 연쇄살인범처럼 우리가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극적인 요소가 많아, 이야기를 풀어가기 비교적 쉬운 캐릭터 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접할 수도, 그리고, 실제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조폭'이라는 캐릭터를 어떠한 방식으로 '좋은 녀석'으로 바꾸어 갈 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소재도, 배역도, 캐스팅도 매우 잘 어울려진, 상당히 기대되는 드라마입니다. 단지, 기존의 드라마처럼, 너무 멋진 조합으로 범인을 잡는, 액션 드라마로써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과 범죄를 당한 사람들, 그리고 복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를 하는, 한국 드라마에 한 획을 끄어주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여담으로, 아무리 드라마지만, 연쇄 살인범이 너무 난무한다는...

2화에 잡힌 연쇄살인범에, 그가 목표로 했던 기존의 연쇄살인범, 그리고 최연소 연쇄살인범인 이정문에,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어쨌든 연쇄살인을 했음직한 살인청부업자 정태수까지... 게다가 2화 마지막에 복선으로 깔아 놓은 잡히지 않는 살인범 - 아무래도 또 다른 연쇄 살인이 시작되겠죠? - 까지... 이번 연쇄살인범 잡고 나면, 국민들 피 빨아먹는 부패한 정치인이랑, 가난한 사람 등쳐먹는 기업인 한 마리씩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반응형